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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과제 외부 FA보다 니퍼트 재계약이 우선

입력 : 
2014-11-24 08:57:47
수정 : 
2014-11-24 08: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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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The Time
본격적인 스토브리그가 시작되면서 각 팀들은 내부 FA 선수들을 묶기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 이원석이 군입대를 선택하면서 일찌감치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두산의 경우 이번에는 내부 FA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팀 내에서의 시선은 자동적으로 외부 FA 선수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마운드가 약해 장원준(롯데), 윤성환, 안지만(이상 삼성) 거물급 투수 FA 투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이용찬과 홍상삼이 군 문제 해결로 자리를 비워 셋업맨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안지만에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도 일본에서 진행중인 마무리훈련 기간동안 내부 회의에서 외부 FA 선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요청한 바가 있다.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의 윤성환, 안지만 두 투수는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가치를 입증했고 최소 4~50억은 제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런 와중에 리그 최고의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NPB(일본프로야구)의 복수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던 두산 입장에선 큰 암초를 하나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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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규시즌 최종전이 마무리된 후 팬들을 위해 구단에서 연 선수단 인사 때 한 팬이 니퍼트에게 "내년에도 남을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I don't know it."(나는 그것을 잘 모른다)라며 재계약이 불투명함을 암시했다. 4년동안 한 팀에서 뛰었지만 하필이면 올해 니퍼트의 이름이 큰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규정상 외국인선수 다년계약은 금지조항 중 하나로 정해져있지만 비밀리에 다년계약이 이뤄지곤 한다. 특히 잘하는 선수들에겐 거액의 돈을 제시하면서 2년 길게는 그 이상으로 계약을 맺곤 하는데 니퍼트도 그 대상 중 한 명이었다. 2013시즌이 시작되기 전, 2년간의 다년계약이 이뤄졌고 지난해에는 이 덕분에 구단에서도 니퍼트와 관련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계약이 마무리되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여러 외국인선수들, 지난해 SK의 크리스 세든이 요미우리에 갔던 사례처럼 일본에서 몇몇 선수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니퍼트는 한국 무대 첫 해 빼어난 활약을 펼쳤을 당시에도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뿌리치고 두산 유니폼을 한 번 더 입었다. 두 시즌을 뛰고 두산에서 달콤한 '다년계약 제안'을 제안, 그렇게 니느님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외국인선수의 연봉 상한 제도(30만 달러)가 사라져 돈이 많은 팀들이 유리해졌다. 돈을 많이 투자할수록 좋은 선수들을 뽑아올 가능성이 더 커졌고 니퍼트가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왔던 2011년에는 제도 운영으로 공식적인 발표로는 30만 달러였지만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두산의 명실상부 1선발, 아무리 시즌 초반 좋지 않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간 선수이다. 웬만해선 구단에서도 재계약 방침을 내려 내년 시즌 마야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끌어야 한다. 니퍼트가 없는 두산 선발진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존재감을 지녔고 꾸준함에 있어선 그 어느 투수 못지 않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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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원하는 두 장의 카드, 하지만 원소속구단 삼성은 재계약을 확신하면서 두 명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진 = MK스포츠
모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넥센을 제외한 8개 구단(KT 제외) 중 기업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팀은 두 세 팀 정도, 그 중 두산도 포함이 된다. 적자가 나기도 했으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3D'(대우, 두산, 동부) 세 기업이 뭔가 좋지 않은 조짐을 보인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두산팬들도 이 사실을 듣고 큰 걱정을 했다. 지난해 이종욱과 손시헌, 최준석 세 명의 내부 FA 선수들을 놓쳤지만 이전 사례들을 보면 정재훈과 28억 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고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홍성흔의 마음을 다시 두산으로 돌려놓는 등 나름대로 짠돌이라는 오명에서 벗아나기 위한 시도를 거듭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FA에서도 두산의 행보가 주목되긴 하지만 선뜻 손을 내밀기가 어려운 게 사실.

기업 사정만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년 시즌이 끝난 뒤 내부 FA가 두 명으로 예상되는데 김현수, 오재원이 그 주인공. 그런데 이 두 선수 모두 팀 내에서 한 자리씩은 차지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고 김태형 감독이 여러 포지션 중에서도 두 선수만큼은 사실상 원래대로 주전 기용으로 마음을 굳혔을 정도로 없어선 안 될 이들이다.

거의 매 해 좋은 성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고 FA 시장에 나왔을 때 파급 효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는 명실상부 국가대표 좌익수라는 키워드만으로도 통하고 오재원은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안정감있는 수비를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내야진이 취약한 팀들에겐 매우 좋은 자원이다.

외부 FA를 잡지 못하는 것보다 이들을 놓쳤을 때를 생각해보자. 이 두 명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팀과 팬들을 향한 애정은 각별하다. 신고선수 출신이었던 한 선수를 살렸고 빛을 보지 못한 선수를 리그 최고의 2루수로 거듭나게 한 팀이다.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을 잡지 못한 구단을 과연 팬들이 눈 뜨고 지켜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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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FA, 많은 팀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다음 스토브리그를 기대하고 있다는 소문도 자자하다. 사진 = MK스포츠
모기업의 자금난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일단 외부 FA 영입보단 니퍼트 재계약에 주력하는 것이 맞다. 그 다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외부 영입을 생각해도 되겠지만 지키기보다 안정적인 선택은 없다. 니퍼트를 포기하고 대체 외국인선수를 물색한다면 이만한 레벨의 선수를 발굴하는 작업도 상당히 어렵다. 그나마 연봉 상한선이 폐지되어 호르헤 칸투같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한국행이 있긴 하지만 4년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마운드에 설 투수가 몇이나 있을까. NC까지 9개 구단 가운데서 가장 오랫동안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투수는 니퍼트이고 타자까지 통틀어봐도 니퍼트를 뛰어넘는 타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지난해 내부 FA를 놓쳐 후회도 했고 비난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다. 내부 육성을 통해서 밑그림을 일부 완성해가려는 김 감독의 계획, 무리하게 FA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언급의 일종이라고 해석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때 최정 영입설도 있었지만 이 또한 사실무근이다.

끝자락에 다다른 일본 마무리캠프에서 김태형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토종 투수들을 아직까진 찾지 못했다. 야수진에선 박건우나 허경민 등 기존 선수들은 물론이고 김강, 오장훈 등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한 야수들도 눈에 띄게 성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마운드에선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 채 국내에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3년 만에 가을 야구 실패로 고배를 마셨지만 외부 FA로 긴급 수혈을 하려는 무리한 시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우려가 크다. 일본 진출도 고려중인 니퍼트의 마음을 돌려놓는 게 우선시되어야 하는 두산의 스토브리그, 조용하면서도 발빠르게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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