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The Time
마운드가 약해 장원준(롯데), 윤성환, 안지만(이상 삼성) 거물급 투수 FA 투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이용찬과 홍상삼이 군 문제 해결로 자리를 비워 셋업맨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안지만에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도 일본에서 진행중인 마무리훈련 기간동안 내부 회의에서 외부 FA 선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요청한 바가 있다.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의 윤성환, 안지만 두 투수는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가치를 입증했고 최소 4~50억은 제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런 와중에 리그 최고의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NPB(일본프로야구)의 복수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던 두산 입장에선 큰 암초를 하나 만난 셈이다.
여러 외국인선수들, 지난해 SK의 크리스 세든이 요미우리에 갔던 사례처럼 일본에서 몇몇 선수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니퍼트는 한국 무대 첫 해 빼어난 활약을 펼쳤을 당시에도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뿌리치고 두산 유니폼을 한 번 더 입었다. 두 시즌을 뛰고 두산에서 달콤한 '다년계약 제안'을 제안, 그렇게 니느님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외국인선수의 연봉 상한 제도(30만 달러)가 사라져 돈이 많은 팀들이 유리해졌다. 돈을 많이 투자할수록 좋은 선수들을 뽑아올 가능성이 더 커졌고 니퍼트가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왔던 2011년에는 제도 운영으로 공식적인 발표로는 30만 달러였지만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두산의 명실상부 1선발, 아무리 시즌 초반 좋지 않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간 선수이다. 웬만해선 구단에서도 재계약 방침을 내려 내년 시즌 마야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끌어야 한다. 니퍼트가 없는 두산 선발진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존재감을 지녔고 꾸준함에 있어선 그 어느 투수 못지 않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기업 사정만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년 시즌이 끝난 뒤 내부 FA가 두 명으로 예상되는데 김현수, 오재원이 그 주인공. 그런데 이 두 선수 모두 팀 내에서 한 자리씩은 차지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고 김태형 감독이 여러 포지션 중에서도 두 선수만큼은 사실상 원래대로 주전 기용으로 마음을 굳혔을 정도로 없어선 안 될 이들이다.
거의 매 해 좋은 성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고 FA 시장에 나왔을 때 파급 효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는 명실상부 국가대표 좌익수라는 키워드만으로도 통하고 오재원은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안정감있는 수비를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내야진이 취약한 팀들에겐 매우 좋은 자원이다.
외부 FA를 잡지 못하는 것보다 이들을 놓쳤을 때를 생각해보자. 이 두 명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팀과 팬들을 향한 애정은 각별하다. 신고선수 출신이었던 한 선수를 살렸고 빛을 보지 못한 선수를 리그 최고의 2루수로 거듭나게 한 팀이다.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을 잡지 못한 구단을 과연 팬들이 눈 뜨고 지켜볼 수 있을까.
지난해 내부 FA를 놓쳐 후회도 했고 비난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다. 내부 육성을 통해서 밑그림을 일부 완성해가려는 김 감독의 계획, 무리하게 FA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언급의 일종이라고 해석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때 최정 영입설도 있었지만 이 또한 사실무근이다.
끝자락에 다다른 일본 마무리캠프에서 김태형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토종 투수들을 아직까진 찾지 못했다. 야수진에선 박건우나 허경민 등 기존 선수들은 물론이고 김강, 오장훈 등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한 야수들도 눈에 띄게 성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마운드에선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 채 국내에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3년 만에 가을 야구 실패로 고배를 마셨지만 외부 FA로 긴급 수혈을 하려는 무리한 시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우려가 크다. 일본 진출도 고려중인 니퍼트의 마음을 돌려놓는 게 우선시되어야 하는 두산의 스토브리그, 조용하면서도 발빠르게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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