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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잘하는 법(5) - "브레인스토밍에 왜 번뜩임이 없을까?"

입력 : 
2014-12-17 09:10:45
수정 : 
2014-12-17 09: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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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국제공인 퍼실리테이터 채홍미 대표의 “만사소통"
● 회의 잘하는 법(1) “수첩을 던져 버려라!”
● 회의 잘하는 법(2) - “미생(未生)과 완생(完生) 차이는 오프닝”
● 회의 잘하는 법(3) - 회의 지각생 어떻게 하죠?
● 회의 잘하는 법(4) - 언성만 높아지는 회의 … "공감대를 형성하라"
사진설명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은 알렉스 오스본(Alex Osborn)이 창안한 기법으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창의성 촉진 기법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과연 그 명성만큼 항상 그 효과도 뛰어날까요? 워싱턴 대학교의 심리학자 키스 소여(Keith Sawyer)는 “수십 년간의 연구가 일관적으로 보여준 것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집단이 혼자 생각하고 나중에 아이디어들을 한데 모으는 같은 수의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라고 말했습니다.

키스 소여는 48명의 남자 학부생들을 12개 집단으로 나누어 일련의 창의성 문제를 제공한 뒤 오스본의 브레인스토밍 지침을 주의 깊게 따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반면, 대조군인 다른 48명의 학생들은 각자 같은 문제를 받아서 혼자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그 결과 혼자 문제를 푼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 집단보다 두 배 많은 해답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해답이 판정단에 의해 더 실현가능하고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국, 브레인스토밍 기법은 집단의 잠재력을 극대화 시키는 대신, 개인의 잠재력을 억눌러 각자의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한 회의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요?



아이디어의 '발산'과 '수렴' 단계 구분하기 혼자 생각을 할 때는 문제의 대안을 찾다가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수렴해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발산과 수렴의 프로세스를 분리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단계에서 “그건 예전에 해 본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지 않을까요?”와 같은 비판과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참석자는 더 이상 아이디어를 제안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이 비판당하고 평가 받는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의 진행자(퍼실리테이터)는 “좋은 의견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는 발산이 끝난 후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와 같은 발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참석자들에게 발산 모드를 주지시켜줘야 합니다.

이런 경우 Parking Lot을 이용하면 보다 효과적입니다. Parking Lot이란 회의실 한 켠에 화이트보드 등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아이디어 발산 단계에서 나온 평가 또는 비판을 적어서 보류해두는 것을 말합니다. 추후 아이디어 수렴 단계에서 이 평가들이 논의된다면, 아이디어 발언자와 그 아이디어를 비평 또는 평가한 사람 모두가 무안하지 않은 회의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발굴이 끝나면 도출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선정하는 수렴의 단계에 착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 발산이 끝난 후 급하게 수렴의 단계로 들어가는 것은 자칫 비현실적인 아이디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유의해야 합니다.



아이디어의 발산과 수렴 사이엔 시간의 갭(Gap)을 활용하라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낸 아이디어와 짝사랑에 빠지는 법입니다. 수 많은 의견들 틈새에서도 자신이 써낸 내용은 유난히 눈에 잘 띄며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이디어의 주인일 것입니다. 때문에 아이디어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선 시간의 갭이 활용되어야 합니다.

가령 8시간이 필요한 세션에선 첫날 오후 4시간은 생각의 발산에, 다음날 오전 4시간은 수렴의 단계에 시간을 배정하는 식입니다.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충분한 여유 시간이 있다면 참석자들은 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며, 객관적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디어 발산 과정에서 신입사원, 실무자, 임원진 등 특수그룹을 통한 논의로 아이디어를 제시한 뒤, 평가과정에선 아이디어를 사내의 전문가들이 따로 모여서 심사하고 평가하도록 참석자를 교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혹은 장소를 변경하여 참석자들의 뇌를 리프레시(Re-Fresh)하는 방안들도 효과적입니다.

전체 참석자들이 심리적인 부담감 없이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전체의 아이디어를 비판 또는 보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 번의 브레인스토밍으로 최적의 아이디어가 도출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몇 번의 발산과 수렴, 비판과 보완의 담금질을 거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참석자들은 아이디어를 누가 냈는지에 개의치 않고, 전체의 공통분모 안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멋지게 내릴 수 있습니다.

[채홍미 인피플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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