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필자도 북극곰의 털까지 들춰보고 확인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애꿎은 애완견의 털을 새삼스레 들춰보았다. 개의 경우 코와 입술, 발바닥이 검은색이라고 해서 피부가 검지는 않다. 색깔 논쟁을 떠나서 피부가 검으면 빛을 잘 흡수해 추운 환경에서도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북극곰은 영하 40도의 가혹한 추위와 강한 눈보라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검은 피부 이외에도 체온 유지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
우선 피하지방층이 두꺼워 체온 손실이 거의 없다. 피부에는 보온이 잘 되는 촘촘하게 난 짧은 털과 방수가 잘 되는 긴 털이 두 개의 층을 이루고 있다. 털 속의 빈 공간에는 공기가 채워져 있어 단열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중유리창이 두 겹의 유리 사이에 빈공간이 있어 단열이 잘되는 것과 같다. 북극곰은 발바닥에도 털이 많이 나있다. 털이 많은 발바닥은 훌륭한 눈신발의 역할을 해서, 얼음이나 눈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다.
또한 북극곰의 귀와 꼬리는 다른 종류의 곰에 비해 유난히 작다. 돌출된 부분이 작으면 몸 밖으로 방출되는 열을 줄여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추운 곳에 사는 포유동물의 경우 북극곰처럼 몸의 말단부위가 유사 종에 비해 작은 것을 생태학에서는 ‘알렌의 법칙(Allens rule)’이라고 한다. 귀가 유난히 작은 북극여우도 마찬가지다. 반대의 예는 사막에서 찾을 수 있다. 아주 더운 곳에 사는 사막여우는 다른 종류의 여우에 비해 귀가 굉장히 크다. 큰 귀를 통해 체온을 방출시켜 더위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의 학명인 우르수스 마리티무스(Ursus maritimus)는 바다의 곰이라는 뜻이다. 북극곰은 북극해를 둘러싼 북극권에서만 사는 육식성 포유류이며, 북극권에 널리 분포하지만 주로 얼음으로 뒤덮인 섬이나 육지 근처 바닷가에 산다. 암컷은 4살 정도가 되면 성적으로 성숙해지며, 수컷은 암컷보다 약 2년 정도 더 자라야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눈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 새끼를 낳는데,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작은 구멍만 남기고 굴을 눈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에 겉에서 보면 굴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북극곰은 짝짓기 할 때와 암컷이 새끼를 기를 때를 제외하고는 일생의 대부분을 고독하게 혼자 보낸다.
최근 북극곰들이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지가 점차 준다거나, 뇌에서 환경오염물질이 검출되는 등의 뉴스를 보니 북극도 더 이상 환경오염의 안전지대가 아닌 모양이다. 녹아버린 유빙에 간신히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북극곰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글·김웅서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 제공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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