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풍요로운 바다를 계속 보존하면서 바다에 의존해 살아가는 어민의 삶도 보장하는 방안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상업 어업 허가증의 발급수를 대폭 줄였다. 그 이유는 영리 목적 혹은 여가 활동 삼아 잡던 근해 어류의 개체수가 3분의 1이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어종은 개체수가 멸종위기에 처할 정도로 적다. 옛날부터 잡아오던 주요 낚시 물고기 40종에 대한 상업적 어로행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토종인 도밋과 물고기 갈윤도 포획을 금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고기를 즐겨 먹고 고기잡이를 좋아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에게 어획량 감소와 어종의 감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어류의 위기는 곧 어업의 위기로 다가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생계형 어민 가운데 절반이 ‘식량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이들이 주식으로 삼는 물고기가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새롭게 민주국가로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때, 그가 이끄는 아프리카 민족회의(ANC)는 물고기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고 빈곤층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여겼다. 초기에는 이런 사회 변혁에 대한 전망이 밝았다. 하지만 새로운 어업 정책은 상업적 목적이나 여가 활동 삼아 물고기를 잡거나 혹은 자급자족하는 어민들에게만 적용됐다. 고기를 잡아먹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영세 어민이 통째로 제외된 것이다. 그들은 ‘해양보호구역(MPA)’의 지정은 불평등이라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왜 불평등을 초래하는 걸까?
주민들은 정부가 새로운 사람들에게 어업을 개방하는 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진짜 어민들을 배제한 데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분노가 컸어요. 백인들이 이곳의 어업자원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아갔는지 우리는 알죠. 누가 밀렵꾼인가요? 그들이 다 가져가 놓고 왜 우리가 우리 몫을 요구하니까 외려 우리에게 자원고갈의 책임을 묻고 있는 거죠?”
1964년 이래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3개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더 많은 보호구역을 지정할 계획을 세우며 그 지역 해양보호에 앞장서왔는데, 해안의 약 4분의1이 보호받고 있지만, 그 규모는 대부분 작아 전체면적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배타적 경제수역의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ANC정권이 들어섰을 때, 정부가 백인들이 소유하던 많은 할당량을 압수해 작게 조각내 자급자족형 어민들에게 나눠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어촌사회는 분열됐다. 4대째 어부로 일하는 반 데르 헤이든은 말한다.
“정부는 어민들 사이에 분열을 조장해 이들을 지배하는 정책을 썼어요. 그리고 개인의 어로 활동을 장려했는데 그 결과 자원은 고갈됐고, 어민사회가 타격을 입었죠.” 만일 기존 어민들을 인정했더라면 그들은 정부와 함께 지속가능한 어획고를 확보하기 위한 규정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며 그는 아쉬워했다.
하지만 서서히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어촌 공동체들은 “어로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헌법이 그들에게 부여한 식량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이 법적 정치적 설득력을 얻으면서 일부 해양보호구역을 재 구분하고 어로전면금지구역을 개방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반면 해양학자들은 정부에 어부들의 주장을 따르지 말라고 촉구한다. 그 이유는 해양보호구역 한 군데를 개방하면 나머지도 무너지고 50년간의 어업과 보존 노력의 성과가 단 몇 달 만에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국가가 어민 공동체와 손잡고 어로관리조합을 만들면 생태계 보호와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