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던 2010년, 이병우 셰프(61세)는 대한민국 다섯 번째로 조리명장이 됐다. 올해로 요리인생 36년째다. 그는 1955년 경북 포항시 흥해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슬하에 1남 1녀의 자녀를 두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경기 부천시로 삶터를 옮겼다.
그는 중학교 생활기록부 취미란에 요리를 적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요리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요리사의 꿈을 위해 자연스럽게 조리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 위해 현지로 떠났다.
귀국 후 그는 1982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입사하여 33년째 몸담고 있다. 2002년 총주방장을 맡게 되었고, 2009년에는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는 국제기능올림픽, 국내외요리대회에서 연달아 입상하면서 메달 제조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요리사 최초로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그는 프랑스 요리를 하는 한식요리 대가로 불리기도 한다. 명성에 걸맞게 셀 수 없이 많은 국내외의 큰 행사를 진두지휘한 이 셰프는 최근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이 셰프는 요즘 화제인 먹방 프로그램과 셰프테이너(셰프(chef)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성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국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셰프는 최소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요리에 대한 철학을 검증해 초청 셰프를 선택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셰프들이 무분별하게 요리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예로 얼마 전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있었던 ‘훈남 셰프’ 해프닝을 지적했다.
요리경력 40년이 다 되어가는 그도 준비 되지 않은 곳에서 갑작스럽게 요리를 부탁 받으면 쑥스럽다고 했다. 그만큼 요리에 대해서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셰프는 70~80세까지 요리를 해야 할 사람들이 요리에 전념할 시간을 방송출연으로 허비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했다.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방송프로그램의 선정과 출연 또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민국 조리명장 9인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셰프는 한국 식재료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 식재료가 다른 국가의 것으로 왜곡되는 상황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의 원조가 우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노리’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 가장 아쉽다고 전했다. 일식이 초밥 등으로 인해 인지도가 크게 높아져 사실이 왜곡됐다는 설명이다.
이 셰프는 후배 요리사들에게 우리나라의 훌륭한 식문화를 세계에 알려야한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내놓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호텔의 전 객장을 돌아다니며 동료들과 대화하고 코스요리와 같은 메인메뉴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락까지 신경 쓰라고 주문한다. 그는 우리의 좋은 식재료들을 메뉴개발에 활용한다면 한식이 세계인에게 곧 인정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셰프는 세계의 유명한 요리사들이 흑마늘 등 우리 식문화와 식재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경야독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환갑의 나이에도 공부에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롯데호텔 전체의 식음료파트를 총 지휘하는 수장으로서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호텔동향 파악은 물론 신메뉴개발, 영업마케팅도 그가 매일매일 직접 챙겨야한다.
최근 국내 호텔업계에서 이 셰프와 같은 조리사 출신 임원들이 늘고 있다. 음식이 호텔의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조리사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셰프는 동료들에게 외국인 고객, 다른 국가의 셰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외국어능력을 키우라고 독려했다. 자신도 매주 원어민과의 꾸준히 회화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본의 음식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전한 데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굴한 문헌자료가 한몫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메디치가(家)가 벌인 연회 이야기는 오늘날의 프랑스 음식의 토대를 만들었다. 일본의 가이세키 식문화는 에도시대 연회에서 대접한 술과 음식에서 발전했다.
이 셰프도 최근 각계의 여러 전문가들과의(사진왼쪽부터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김지아나 도예가) 만나 우리 식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한식의 뿌리를 찾고 세계화를 위한 발전 방안을 토론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우리 음식도 프랑스, 일본과 비교할 때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전통성을 너무 강조해 세계적인 대중성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식민지를 겪으면서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으로 치부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우리 식문화를 세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식문화를 교육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식이 세계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많은 한국의 셰프들이 함께 노력하여 경쟁력을 키운다면 머지않아 한식이 곧 세계 최고의 음식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나아가 우리 국민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만큼 그는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이 셰프는 한식의 맥을 찾아 우리 식문화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 요리사들에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소속돼 마치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셰프라는 직업은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만큼 요리의 대한 본질에 좀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랬다. 결국 셰프는 요리로 모든 걸 말하는 것이니 프로정신을 가진 진정한 셰프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조언이다.
Next. 한국의셰프들 아홉번째 이야기 손님은 한식대가, 심영순 요리연구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