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커피에서 시나몬과 계피는 사람과 원숭이만큼 다르다

입력 : 
2015-06-29 11:05:21
수정 : 
2015-06-29 11:07:37

글자크기 설정

도전! 커피테이스터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 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윤극영 선생이 일제 강점기인 1924년 어린이들에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든 동요 ‘반달’의 한 대목이다. 달나라에 진짜 계수나무가 자랄까?

“뜬금없이 왜 문학적 감성을 깨려하느냐”고 나무라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커피의 향미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바로 잡으려고 변죽을 울리는 것이니 감히 인내를 청한다.

사진설명
육계나무와 계수나무는 비슷한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르다. 사람이 고양이와 다른 것만큼 다르다. 종(Species) 속(Genus) 과(Family) 목(Order) 강(Class) 문(Phylum) 계(Kingdom)의 분류체계에서, 시나몬과 계피는 종이 다르고 속은 ‘시나모멈(Cinnamomum)’으로 같다. 그러나 계수나무는 계수나무과(Cercidiphyllaceae;서시디필레이시이)이고, 육계나무는 녹나무과(Lauraceae;라우레이시이)이다. 계수나무는 하트 모양의 잎사귀가 가을이면 멋지게 물드는 낙엽수이고, 육계나무는 사철 푸른 상록수이다.
사진설명
양쪽 모두 _중국 시나몬_으로 불리는 카시아이다. 왼쪽은 실론 시나몬 빛깔을 띄지만 카시아이다. 껍질이 두꺼워 시나몬에 비해 겹겹이 말려있지 않다.
한 단계 깊이 내려가 계피와 시나몬이 같은 것인지를 따져보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계피와 시나몬은 다르다. 분류체계상 종(Species)이 달라 나무가 서로 교배할 수 없다. 사람이 원숭이와 차이 나는 만큼 다르다. 두 가지를 같다고 생각하는 혼란은 육계나무의 속(Genus)명이 ‘시나모멈(Cinnamomum)’으로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육계나무 껍질을 영어로는 시나몬(Cinnamon) 또는 카시아 바크(Cassia bark)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두 표기는 향미적으로는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자는 단맛이 고급스런 ‘실론 시나몬’(Ceylon Cinnamon)을, 후자는 상대적으로 매운맛과 자극이 강한 ‘중국 시나몬(Chinese Cinnamon;계피)’을 지칭하는 것으로 굳혀졌다.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는 커피테이스터들과 영미권의 셰프들은 중국 시나몬(계피)을 ‘카시아’라고 따로 부르며, 흔히 커피에 넣어 즐기는 시나몬과 구별한다.

그렇다면 시나몬과 카시아의 향미는 어떻게 다를까?

사진설명
카시아(계피)의 코르크 조직을 없애 빛깔이 실론 시나몬과 비슷하게 붉은 빛을 띄는 _계심_이다. 카시아에 비해 매운 맛이 더 두드러진다.
실론 육계나무(Cinnamomum verum)는 정향과 바닐라 계통의 향미를 내는 유게놀(Eugenal) 성분이 풍성한 반면, 중국 육계나무(Cinnamomum cassia)는 유게놀 성분이 거의 없다. 유게놀은 청량감을 주는 동시에 단맛을 내는 성분과 어우러져 향긋하면서도 복합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중국 시나몬에는 자극적 냄새의 원인이 되는 ‘장뇌(Camphor;樟腦)’ 성분이 있어 거칠고 매운 느낌을 준다. 실론 시나몬은 2년마다 가지치기를 해서 어린잎이 나타나기 시작할 무렵 여린 가지의 껍질을 벗겨 만든다. 이즈음이 부드러운 향미를 내는 장유성분이 풍성하기도 하거니와 껍질을 벗기기 쉽다. 수분이 있는 껍질을 그늘에서 말리면서 동그랗게 만다. 여린 가지의 껍질이기 때문에 여러 겹으로 말리는데, 작은 스틱처럼 말린 시나몬을 퀼(Quill)이라고 부른다. 시나몬 특유의 고급스런 향미는 시나믹 알데히드(Cinnamic aldehyde)와 유게놀 성분 덕분이다.

사진설명
카시아(계피, 중국 시나몬)는 코르크 조직이 붙어 있는 채 건조하기 때문에 여린 가지로 만드는 실론 시나몬에 비해 두껍고 빛깔도 회색빛이 도는 갈색이다.
카시아는 중국 남부와 베트남 북부지역,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생산한다. 6년생 나무의 껍질을 두드려가며 마른 상태에서 벗기기 때문에, 실론 시나몬보다 두껍고 겹겹이 말기 힘들다. 따라서 계피는 겉면의 코르크 조직(Phellem)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팔린다. 카시아는 유게놀 성분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향미를 기대하기 힘들다. 단맛이 감돌기는 하지만 칼칼하고 매운맛이 두드러져 거칠고 자극적이다. 카시아는 갈색이나 회색빛이 도는 반면 시나몬은 붉은색이 난다. 카시아의 코르크 조직을 벗겨내 시나몬과 비슷한 빛깔을 내게 만든 ‘계심(桂心)’이 있는데, 이것을 시나몬으로 알고 사용하면 곤란하다. 계심은 계피보다 매운맛이 더 강하다. 커피 메뉴에 토핑을 할 때 계피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계피에는 과다 섭취할 경우 간을 손상시킬 수 있는 화학물질 쿠마린(Coumarin)이 시나몬에 비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향미를 즐기며 감성적인 축복을 얻기 위한 음료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인류가 길게는 2000년 여 년간 지칠 줄 모르고 커피를 찾는 것은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좋은 커피는 맛만 좋은 게 아니라 몸에도 이롭다.

시나몬과 계피의 향미적 차이를 알고 몸에 끼치는 영향까지 따지며 커피를 즐긴다면, 당신은 ‘커피테이스터(Coffee Taster)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협회장(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사진출처: 커피비평가협회(CCA)]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